어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신문에 가장 자주 언급된 경제용어는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만큼 인플레이션은 중요한 거시경제 변수입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경제 문제로 인식되고 면밀히 감시되는데 정말 심각한 경제 문제일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 비용
인플레이션에 관한 오해
물가가 오르면 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화폐의 중립성을 생각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적인 구매력이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소득은 물적자본, 인적자본, 자연자원, 생산기술 등에 의해 결정되고 명목 소득은 실질변수와 물가 수준에 따라 결정되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명목소득이 같이 상승하고 실질소득은 변하지 않습니다.
구두창 비용
인플레이션은 화폐 보유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조세를 피할 수 있을까요?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가진 지갑 속 화폐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리므로 화폐를 덜 보유할수록 인플레이션 조세를 피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돈을 은행에 보관하여 이자가 붙도록 하고 필요할 때 조금씩 인출해서 소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러려면 은행에 자주 가야 하므로 구두창이 더 빨리 닳아 없어진다는 의미로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경제주체들이 현금 보유를 줄이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을 구두창 비용(shoeleather costs)이라고 합니다.
메뉴 비용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 가격을 매일 바꾸지 않고 평균적으로 1년에 한 번씩 가격을 조정한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가격을 자주 조정하지 않는 것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며 이 비용을 메뉴 비용(menu costs)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가격과 제품 목록을 인쇄하는 비용, 인쇄된 새 목록을 대리점과 소비자에게 발송하는 비용,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응하는 비용 등 다양한 비용이 포함됩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메뉴 비용이 증가하는데 초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경제 전체의 다른 물가 상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더 자주 가격을 인상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왜곡
상대가격의 변화와 자원 배분의 왜곡
어떤 기업이 매년 1월에 새로운 가격을 적용하고 연말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없으면 경제의 다른 물가에 대한 이 기업 재화의 상대가격은 1년 동안 변함이 없겠지만, 인플레이션이 1년에 12%라면 이 재화의 상대가격은 자동으로 매달 1%씩 하락하게 됩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상대가격에 따라 희소자원이 배분되기 때문에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며, 인플레이션이 상대가격을 왜곡하면 소비자들의 의사결정도 왜곡되고 시장이 자원을 최선의 용도에 맞게 배분할 수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조세 왜곡
세법을 입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여러 세금에 따른 부작용이 더욱 심해집니다. 세법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저축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합니다.
한 가지 사례로 자본이득(capital gains), 즉 자산을 구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았을 때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들 수 있습니다. 1974년에 IBM사의 주식을 $10에 샀다가 2019년에 $140에 팔았다고 하면 $130의 자본이득이 발생한 것이며 이 금액에 대하여 소득세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1974년에서 2019년 사이에 물가 수준이 5배가 높아졌으므로 1974년의 $10는 2019년의 $50에 해당되어 실질적인 자본이득은 $90이 되므로 $130에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자본이득을 과대평가하고 과중한 세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도 들 수 있습니다. 명목이자율의 일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에 불과하지만 세법에서는 저축에 붙는 이자 전부를 소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부과합니다.
명목 자본이득과 명복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세금 증가를 불러와서 저축을 저해하게 됩니다. 이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투자의 감소로 이어져서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세제를 인플레이션에 연동시키는 것입니다. 즉 자본이득과 이자소득의 경우 세법에 물가지수를 적용하여 실질 자본이득과 실질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야기하는 혼란과 불편
화폐는 가격을 고시하고 부채를 기록하는 회계의 단위로 사용됩니다. 즉 화폐가 경제적인 거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통화량이 늘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의 실질 이윤 등을 측정하기 어려워지고, 저축을 여러 부문의 투자에 배분하는 금융시장의 기능도 제약을 받게 되는 등의 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의 비용: 부의 자의적인 재분배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은 부(wealth)의 재분배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대출 조건이 회계 단위를 기준으로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금리 7%로 2만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10년 뒤에 원리금 상환액을 4만 달러가 됩니다. 그런데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 4만 달러를 푼돈처럼 쉽게 갚을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가 하락하여 4만 달러의 실질가치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예상치 못한 물가변동이 채무자와 채권자의 부를 재분배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나쁜 인플레이션과 더 나쁜 디플레이션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폭의 예측 가능한 디플레이션은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디플레이션으로 명목이자율이 낮아지고 화폐 보유 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채무자로부터 채권자에게로 부를 재분배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채권자보다 가난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부의 재분배는 특히 해롭습니다.
또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거시경제 문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통화량 감소 같은 사건으로 인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할 때 물가 수준이 하락하며, 이러한 총수요의 감소는 소득 감소와 실업 증가로 이어지므로 디플레이션은 더 심각한 경제 문제의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그 사회적 비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통화량의 증가이며 이에 따라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므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철저히 통제해야 함을 알아보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화폐의 중립성이 성립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통화량이 실질변수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전 글 : [경제]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다음 글 : [경제] 총수요-총공급 모형의 총수요곡선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기와 단기 총공급곡선 (0) | 2024.04.04 |
---|---|
총수요-총공급 모형의 총수요곡선 (0) | 2024.04.04 |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0) | 2024.04.04 |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방법 (1) | 2024.04.03 |
연방준비제도, 은행과 화폐공급 (0) | 2024.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