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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by smartJJ 2024. 4. 4.

미국에서 지난 80년간 매년 물가가 평균 약 3.7%씩 상승하여 18배 증가하였습니다. 80년 전 1달러를 주고 살 수 있던 재화를 이제는 18달러를 주어야 살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근래 들어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지만 19세기에는 오랫동안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지 여부와 그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화폐수량설을 시작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보겠습니다.

 

물가수준과 화폐의 가치

한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수준은 두 가지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글에서는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재화와 서비스 묶음의 가격으로 파악했었습니다. 즉 물가수준이 상승하면 같은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가 수준이 오르면 이전과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소비자물가지수나 GDP디플레이터로 측정한 물가지수를 P라 하면, P는 주어진 재화나 서비스 묶음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달러의 수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다르게 보면 1달러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1/P가 됩니다. 간단한 예로 아이스크림콘 한 가지만 생산하는 경제에서 P는 아이스크림콘 1개의 가격이 되며, 아이스크림콘 가격이 2달러라면 달러의 가치는 아이스크림콘 1/2개의 가격이 됩니다. 또 아이스크림콘 가격이 3달러로 오르면 P 3이 되고 화폐의 가치는 아이스크림콘 1/3개로 하락합니다.

 

화폐의 공급과 수요, 화폐시장의 균형

화폐의 가치도 경제 내의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화폐의 공급은 이전 글에서 공부했듯이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 등을 이용해 통화량을 조절한다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직접 통제하는 정책변수로 가정하겠습니다.

 

 

 

 

화폐의 수요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유동성 형태로 보유하고 싶어 하는지를 반영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화폐 수요를 결정하지만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일반 물가 수준입니다. 물가가 비싸면(혹은 화폐의 가치가 낮으면) 거래에 많은 돈이 필요하므로 사람들은 더 많은 현금이나 요구불예금 계좌의 잔액을 원하여 수요량이 증가합니다. 이 내용을 수요와 곡선의 그래프로 나타내 보겠습니다.

화폐 시장 균형
화폐 시장의 균형

 

가로축은 통화량을, 왼쪽 세로축은 화폐가치, 오른쪽 세로축은 물가 수준을 나타냅니다.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결정하므로 화폐공급은 수직으로 표현되고,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면 물가 수준은 높고 사람들은 더 많은 화폐를 보유하려 하므로 수요곡선은 음의 기울기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 A에서 균형이 성립합니다.

 

통화량 증가의 효과, 화폐수량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민간에게서 국채를 매입하여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시장의 균형은 어떻게 될까요? 그 답은 아래 그래프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균형 이동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한 균형 이동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 공급곡선이 MS1에서 MS2로 이동하고, 균형은 점 A에서 점 B로 움직이며 화폐의 가치는 1/2에서 1/4로 하락하고, 물가수준은 2에서 4로 상승합니다. 즉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화폐 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화폐수량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화폐수량설(quantity theory of money)은 한 경제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물가 수준을 결정하며 통화량의 증가율이 인플레이션율을 결정한다는 이론입니다.

 

고전학파의 이분법 논리와 화폐의 중립성

18세기 경제학자들은 경제 변수를 명목변수와 실질변수 두 부류로 구분하였습니다.

  • 명목변수(nominal variables): 화폐단위로 측정된 변수로, 가격과 명목임금, 명목이자율 등이 해당합니다.
  • 실질변수(real variables): 실물 단위로 측정된 변수로, 옥수수 1부셸은 밀 2부셸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재화 간의 상대가격과 실질임금, 실질이자율 등이 해당합니다.

고전학파의 분석에 따르면 화폐 공급량의 본동은 명목변수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실질변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2배로 늘리면 물가 수준이 2배로 상승하고, 명목임금과 여타 명목변수도 2배로 증가하지만 생산, 고용, 실질임금, 실질이자율 등 실질변수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실질변수가 통화량의 변동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화폐의 중립성(monetary neutrality)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화폐의 중립성은 현실 경제에 일어나는 장기적 변화를 분석하는 데 유용합니다.

 

화폐유통속도와 화폐수량설

1년 동안 한 경제에서 새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를 결제하기 위해서는 달러 지폐 1장이 몇 번이나 사용될까요? 이것을 화폐유통속도라는 변수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각 달러 지폐가 지갑에서 지갑으로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를 나타냅니다.

화폐 수량 방정식
화폐 수량 방정식

 

이 방정식은 화폐 수량에 화폐유통속도를 곱한 값이 산출물의 가격에 산출량을 곱한 수치와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이 식을 화폐 수량 방정식(quantity equation 또는 교환방정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화폐유통속도는 큰 변화 없이 거의 일정하고, 재화와 서비스의 산출량은 기본적으로 노동, 물적자본, 인적자본, 자원 등 생산요소의 공급량과 생산기술에 따라 결정되므로 통화량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통화량이 증가하면 결국 물가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화폐수량설의 핵심입니다.

 

인플레이션 조세

2018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4%인 반면, 터키는 15%, 아르헨티나는 32%,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연 140%였습니다. 이처럼 월평균 50%를 초과하는 인플레이션을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고 하는데, 초인플레이션은 왜 발생할까요?

 

해당 국가의 정부가 재정 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돈을 찍어내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필요한 자금을 세금을 부과하거나 국채를 발행하여 민간에게 매각하여 조달하지만 통화를 찍어 조달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통화증발을 통해 세입을 증가시킬 때 이 세금을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금 고지서가 발부되는 것이 아니라 물가 수준 상승을 통해 화폐의 가치가 전보다 떨어져서 화폐를 보유한 모든 사람에게 부과되는 세금과 같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의 지출이 많은데 조세수입이 부족하고 차입 능력도 제한되면 돈을 찍어 통화량이 대폭 증가하여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후에 정부가 재정 지출 삭감 등 재정 개혁을 시행하여 인플레이션 조세의 필요성이 없어지면 초인플레이션도 멈출 수 있습니다.

 

피셔 효과

실질이자율과 명목이자율, 인플레이션율 간의 관계를 식으로 표현하면,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인플레이션율 이 되며, 이것은 다시

명목이자율 = 실질이자율 + 인플레이션율 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화폐의 중립성 원리에 따르면 통화량의 증가율은 실질변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실질변수에 해당하는 실질이자율은 변화가 없는 반면, 화폐수량설에 따라 인플레이션율에는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통화량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율과 명목이자율이 함께 높아집니다. 이와 같이 인플레이션율이 변하면 명목이자율도 같은 폭으로 변하는 현상을 최초 발견자인 경제학자 어빙 피셔의 이름을 따서 피셔 효과(Fisher effect)라고 합니다.

 

피셔 효과는 명목이자율의 변동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분석에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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