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유명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는 뉴욕 양키스에서 연봉 8만 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당신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의 연봉7만 5천 달러를 넘는 수준이었다. 시간이 흐른 2018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약 450만 달러이며 LA다저스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3300만 달러를 받아 당시 최고 연봉 선수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보면 90년 사이에 프로야구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져서 야구 선수들의 연봉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31년의 물가에 비해 2018년의 물가도 크게 상승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야구 선수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는지는 분석을 해보아야 합니다.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지표가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는 대표적인 소비자가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전반적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로 어떻게 계산되고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계산법
1. 물가지수에 포함되는 품목, 즉 재화 묶음을 결정합니다.
대표적인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판단하여 비중을 두어 재화의 묶음을 결정합니다.
2. 가격을 조사합니다.
각 시점에서 물가지수에 포함되는 각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알아냅니다.
3. 재화 묶음의 비용을 계산합니다.
가격자료를 이용하여 각 시점에서 정해진 재화와 서비스 묶음을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계산합니다. 이때 가격 변동의 효과를 알 수 있도록 고정된 수량을 사용합니다.
4. 기준 연도를 선정하고 물가지수를 계산합니다.
물가지수는 생계비의 변동률(%)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기준 연도를 어느 해로 정하든 상관없습니다. 물가지수는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5. 인플레이션율을 계산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GDP디플레이터를 이용하여 인플레이션율을 측정했는데,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보다 잘 반영하는 CPI를 이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어떻게 계산되는지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핫도그와 햄버거라는 두 가지 재화만 생산하는 가상의 경제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위 예는 실제 경제에 비해 매우 단순화된 것이지만 CPI와 인플레이션율을 계산하는 방법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또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도 작성하는데 이를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라 하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은 단기간에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전체 CPI보다 코어CPI가 인플레이션 추세를 더 잘 반영하기 때문에 중요한 지표로 여겨집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 묶음의 비용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 PPI)도 측정합니다. 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의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므로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변동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문제점
목표는 생계비의 변동을 측정하는 데 있지만 완벽한 지표는 아니며 다음의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대체효과에 따른 왜곡(substitution bias)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물건의 소비를 줄이고 덜 오른 물건의 소비를 늘리게 되는 행태가 반영되지 않고, 고정된 재화 묶음을 가정하고 작성되어 대체 가능성을 배제하여 생계비 변동을 과대평가할 수 있습니다.
2. 새로운 상품의 등장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나오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소비자는 더 낮은 비용으로 동일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늘 고정된 재화와 서비스 묶음을 구입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신제품 출시에 따른 가치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3. 품질 변화 미반영
1년 사이에 가격은 어떤 재화의 가격은 그대로이지만 품질이 저하되면 소비자의 구매력은 감소하며 품질이 개선되면 구매력은 증가하지만 이러한 품질변화를 정확하게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할 수 없습니다.
GDP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누어 측정하는 GDP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의 차이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GDP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반영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만 포함합니다. 따라서 항공사에서 구입하는 비행기 가격상승은 GDP에는 포함되지만, 소비자가 구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소비자 물가지수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 스웨덴에서 생산되어 수입하는 볼보 자동차는 국내 생산이 아니므로 GDP디플레이터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소비자의 재화 묶음에는 포함되므로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반영됩니다.
2. 소비자물가지수는 고정된 동일한 재화 묶음에 대해 현재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준 연도에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과 비교하고, GDP디플레이터는 올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기준 연도에 구입했을 때의 비용과 비교합니다. 즉 GDP디플레이터에 이용되는 재화 묶음은 자동으로 바뀝니다.
그러나 두 지표는 대부분 같이 움직이며 차이가 나는 것은 예외적입니다. 많은 양을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폭락하면 소비자물가지수만 영향을 받아 GDP디플레이터보다 크게 높거나 낮을 수 있습니다.
글 서두에 이야기했던 베이브 루스의 연봉을 2018년 선수들의 연봉과 다시 비교해 보겠습니다. T년도의 달러 금액을 오늘날의 달러 금액으로 환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931년 베이브 루스 연봉은 8만 달러이고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그 당시 물가지수는 15.2, 2018년 물가지수는 251입니다. 이를 위 공식에 대입하면
2018년으로 환산한 연봉 = $80,000 * (251 / 15.2) = $1,321,053
이 됩니다. 무척 큰 연봉이긴 하지만 2018년의 평균적인 야구선수의 1/3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1931년 당시 후버 대통령의 연봉을 2018년 금액으로 환산하면 $1,238,487이 되는데 이 금액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봉이었던 $400,000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동시대에 살고 있더라도 어디에서 사는지에 따라 생계비가 차이가 발생합니다. 지역 간 손쉬운 교역이 가능한 의복과 같은 재화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고,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은 서비스 가격 차이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주거비의 지역 격차는 크고 오래 지속됩니다.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
은행에 예금을 하면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받게 되는데 이자의 크기만큼 부유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하려면 이자율과 함께 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하여 그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1000를 예금하였고 이때 영화티켓 1장의 가격이 $10였으며, 1년 후 오늘 10%의 이자율로 $1100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인플레이션이 없는 경우 : 영화티켓 가격은 여전히 $10이므로 영화티켓을 110장 살 수 있습니다. 즉 구매력이 10% 증가하였습니다.
- 인플레이션이 6%인 경우 : 영화티켓 가격이 6% 상승하여 $10.60이 되어 영화티켓을 104장 살 수 있습니다. 즉 구매력이 4% 증가하였습니다.
- 인플레이션이 10%인 경우 : 영화티켓 가격이 10% 상승하여 $11가 되어 영화티켓을 100장 살 수 있으며 구매력은 1년 전과 똑같습니다.
- 인플레이션이 12%인 경우 : 영화티켓 가격이 $11.20이 되어 살 수 있는 영화티켓이 98장이 되어 구매력이 2% 감소하였습니다.
- 디플레이션이 2%인 경우 : 영화티켓 가격이 $9.80로 내려서 살 수 있는 영화티켓이 112장이 되어 구매력이 12% 증가하였습니다.
보신 것처럼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구매력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은행에서 지급하는 이자율을 명목이자율(nominal interest rate)이라 하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조정한 이자율을 실질이자율(real interest rate)이라 합니다. 이들 사이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인플레이션율
경제 전체의 전반적인 물가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서로 다른 시점의 화폐가치를 비교하여 경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판단하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GDP가 어떤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지,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결과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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