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실질 GDP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생활 수준과 그 상승세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고, 근로 시간 1시간당 재화와 서비스 산출량을 나타내는 생산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생산성과 경제정책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경제 전체의 소득과 지출
우선 세계 몇몇 나라의 1인당 실질 GDP 자료를 정리한 표를 보시겠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나라에 따라 생활 수준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1인당 실질 GDP는 중국의 약 4배, 인도의 약 8배가 되며 오늘날 가장 가난한 나라의 평균소득은 미국의 수십 년 전 소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표의 마지막 열에 있는 성장률은 1인당 실질소득이 매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지를 나타냅니다.
성장률이 높은 나라로 브라질과 중국이 있으며 이들 나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중간 소득 국가의 대열에 진입한 것이고, 성장률이 낮은 나라인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19세기말에도 지금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성장률이 가장 낮은 나라는 영국이며 19세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고 평균소득이 미국보다 약 20%가 높았으나 현재는 오히려 27% 낮게 측정됩니다.
이 통계를 통해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들이 계속 부자나라로 남거나 가난한 나라들이 영원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나라마다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왜 발생할까요? 그 답은 생산성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으며 다음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생산성의 역할과 결정변수
생산성(productivity)이란 노동 투입량 한 단위당 산출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뜻합니다. 한 나라가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리기 위해서는 재화와 서비스를 많이 생산할 수 있어야 하므로 생산성이 그 나라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생산성을 결정하는 변수에는 물적자본, 인적자본, 자연자원, 기술지식 네 가지가 있습니다.
- 근로자 1인당 물적자본 : 근로자들이 연장을 사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이때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투입되는 장비나 건축물을 물적자본(physical capital) 혹은 자본이라고 합니다. 자본은 과거 생산 과정에서 창출된 산출물로 현재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목수가 선반 기계를 이용하여 탁자의 다리를 만들 때, 선반 기계는 과거에 선반 기계 제조회사의 산출물이었고 현재는 목수의 물적자본이 되는 것입니다.
-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 : 근로자들이 교육, 훈련,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 지식과 기술을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 합니다. 유ᆞ초ᆞ중ᆞ고ᆞ대학 교육과 현장 직업 훈련을 통해 얻는 모든 기술이 포함됩니다.
- 근로자 1인당 자연자원 : 토지, 강, 광물 등 자연에 의해 제공되는 생산요소를 자연자원(natural resources)이라 하고, 산림 같은 회복가능한 자원과 석유 같은 회복 불가능한 자원으로 구분합니다. 자연자원의 부존량의 차이가 세계 여러 나라의 생활 수준 격차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습니다.
- 기술지식 :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이해를 기술지식(technological knowledge)이라 합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처음에는 한 사람이 사용하다가 공동의 지식이 된 기술도 있고, 코카콜라의 비법처럼 발견자만 아는 기술, 신약 개발처럼 소유권이 일시적으로 인정되는 기술도 있습니다.
기술지식과 인적자본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기술지식은 한 사회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반면, 인적자본은 이러한 이해 능력을 노동인구에게 전파하는데 소요되는 자원을 말합니다.
경제성장과 정부정책
이제 세계 여러 나라 정부가 직면한 문제, 즉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면 생산성과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저축과 투자 : 생산성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지금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자본재를 생산하는 것이며,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면 현재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합니다. 정부가 GDP 대비 저축률을 높이는 정책을 채택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저축을 늘리면 소비재의 생산에 필요한 자원의 양은 줄고 대신 더 많은 자원이 자본재 생산에 투입되어 생산성이 향상되며 GDP 성장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저축률이 높아진다고 GDP 성장률이 무한정 지속되는 것은 아니며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 원리가 적용됩니다. 자본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 한 단위를 추가로 투입할 때 증가하는 산출량이 점점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축률이 높아짐에 따라 자본이 축적되지만, 축적된 자본에서 비롯되는 이득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작아져서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자본에 대한 수확체감으로 인하여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상대적으로 가난한 상태에서 출발한 나라들이 부유한 상태에 있는 나라들에 비해 성장률이 높게 되는데 이러한 영향을 따라잡기 효과(catch-up effect)라고 합니다.
해외 투자 : 국내 저축만이 신규 자본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길은 아니며 외국자본에 의한 투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외국의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ᆞ운영하는 투자를 외국인 직접 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라 하고, 외국인이 국내 기업의 주식을 구입하고 그 재원으로 내국인이 운영하는 투자를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foreign portfolio investment)라고 합니다.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외국인 자본 투자는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어서 세계은행(World Bank)은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외국인 자본 투자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교육 : 교육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로 물적자본 못지않게 한 나라의 장기적 번영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인적자본이 긍정적 외부효과를 창출하므로 경제성장에 특히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몇몇 가난한 나라들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는 부유한 나라로 이민을 가는 두뇌 유출(brain drain) 문제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한 인적자본 문제가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건강과 영양 : 다른 조건이 같다면 건강한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한 나라의 생산성과 생활수준을 높이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재산권과 정치적 안정 : 시장가격 기구가 잘 작동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은 재산권(property rights)의 확립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재산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저개발국가에서는 사법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도 하고, 계약이 준수되지 않거나 사기가 묵인되는 경우도 있고, 극단적으로 정부가 재산권을 잘 집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저축과 해외로부터의 자본 유입을 저해하게 됩니다.
또한 정치적 불안은 재산권에 대한 위협입니다. 미래에 재산권이 보호될지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면 내국인의 저축이나 투자, 외국인들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무역 :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관세나 무역장벽을 도입하는 대신 자국 경제를 세계 경제에 통합시키는 대외 지향적 정책을 추구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습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무역은 한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와 외국의 교역 규모는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지리적 위치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다른 나라들로 둘러싸인 내륙 국가들보다 좋은 항구가 있는 나라들이 무역하기에 훨씬 유리합니다.
연구 개발 : 100년 전에 비해 오늘날의 생활 수준이 높은 주된 이유는 기술지식의 진보 때문입니다. 지식은 상당 부분 공공재이며 개인이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그 사회 구성원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방과 같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장려하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합니다.
인구 성장 : 인구 성장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노동인구의 증가입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나라인 이유 중 하나가 인구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 사람이 많다는 것이므로 생산량이 많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평균적인 국민 생활 수준이 높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며,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통해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간단하게는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이 그 나라의 생산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경제학의 10대 기본 원리 중 하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정책담당자들은 우선 생산요소를 축적하고, 이 요소들이 가능한 한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도록 하여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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