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마을에 있는 기관에서부터 나라 전체를 관리하는 모든 정부 기관들에 이르기까지 도로, 교육, 국방 등 공공의 목적에 사용할 재원을 조달하기 위하여 세금을 거두고 있습니다. 세금은 중요한 정책 수단이고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세금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정부가 어떤 재화에 세금을 부과하면 그 부담을 누가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재화를 구입하는 사람들일까요, 아니면 그 재화를 판매하는 사람들일까요? 혹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나누어 부담한다면 각각의 몫을 얼마로 하면 좋을까요? 이러한 조세 부담의 배분에 관한 질문들을 경제학자들은 조세의 귀착(tax incidence)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하여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빵 시장에 대한 예로 돌아가서 정부가 빵 1개에 200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 소비자들은 판매자들이 세금을 내야 마땅하다고 주장할 것이고 판매자 측에서는 소비자들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경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판매자에 대한 과세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우선 세금이 판매자에게 부과되는 경우입니다. 다음의 그래프를 함께 보시지요.
이 경우 수요에는 변화가 없지만 공급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세금이 부과되기 전에 만들어진 파란색 공급곡선에 200원의 세금을 더하여 검은색 공급곡선이 새롭게 그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균형가격이 이전 균형가격인 3000원보다 높은 3080원으로 형성되며 새로운 균형거래량은 이전 균형거래량인 300개보다 더 적은 280개로 감소하게 됩니다. 이제 조세의 귀착 문제로 돌아가서 누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지 보겠습니다.
비록 판매자들이 세금 200원 전액을 정부에 납부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공동으로 납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금이 부과된 결과 시장가격이 3000원에서 3080원으로 상승했으므로 소비자들은 세금이 부과되기 이전보다 80원씩을 더 내게 되고, 판매자들은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지만 세금을 제외한 실질적인 가격은 2880원으로 이전보다 더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에 대한 과세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이번에는 빵 1개에 200원의 세금이 소비자들에게 부과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세금은 빵의 공급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공급곡선은 그대로 있지만 수요곡선에는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다음 그래프를 보시겠습니다.
소비자에게 빵 가격에 세금까지 부과되면 가격면에서 덜 매력적으로 되어 소비자들이 희망하는 구입량이 줄게 되어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수요곡선이 왼쪽으로(혹은 아래로) 이동하게 됩니다. 세금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처음의 균형과 새로운 균형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균형가격은 세금부과 전의 균형가격인 3000원에서 120원 하락한 2880원이 되었고 균형거래량은 300개에서 280개로 2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서 세금부과로 인하여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더 싼 가격에 빵을 구매하지만 200원의 세금을 정부에 내야 하고 판매자는 세금을 내지는 않지만 이전보다 120원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판매자가 세금을 나누어 부담하는 것과 같게 됩니다.
지금까지 세금이 판매자에게 부과되는 경우와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경우를 모두 살펴보았는데 놀랍게도 세금의 효과는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유일한 차이점은 누가 정부에게 세금을 납부하는가 정도일 뿐이며 누구에게 부과되든 소비자와 판매자가 세금을 나누어 부담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재화에 세금이 부과되면 그 재화의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세금을 나누어 부담한다고 하였는데 그때 각각이 부담해야 할 몫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50대 50으로 배분될까요? 이를 알기 위해 다음 두 개의 그래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그래프(a)는 공급이 매우 탄력적이고 수요는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시장을 나타냅니다. 이 경우 세금이 부과되면 판매자가 받는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으므로 판매자의 세금 부담이 적은 반면에 수요자들이 내는 세금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되므로 소비자가 세금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됩니다.
그래프(b)의 경우에는 공급이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이고 수요는 탄력적인 시장을 나타냅니다. 이 시장에 세금이 부과된다면 소비자가 내는 세금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지만 판매자가 받는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어 판매자가 세금을 대부분 부담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경우에서 세금 부담 배분에서는 탄력성이 낮은 쪽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원리를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고 내는 급여세에 적용한다면 고용주와 근로자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될까요? 노동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노동의 공급이 수요보다 비탄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급여세의 부담은 대부분 고용주가 아니라 근로자들이 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요트나 모피, 보석, 전용 비행기 등에 부과되는 사치세에도 이 원리를 적용시켜 보겠습니다. 이러한 사치품은 돈이 많은 부자들만이 살 수 있으므로 부유층에 대해 과세하는 논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치품들에 대한 수요는 매우 탄력적인 대신 이들에 대한 공급은 비탄력적입니다.
사치품을 만드는 공장을 갑자기 다른 품목으로 바꿀 수도 없고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갑자기 직업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탄력적이고 공급이 비탄력적이면 세금 부담이 주로 공급자들에게 귀착된다는 원리에 의해 세금 부담이 부자들이 아닌 중산층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원래의 목적에 맞지 않아 결국 이 사치세가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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