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

요즘 마트를 가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많은 상품들의 가격이 올라서 카트에 많이 담지 않은 것 같은데도 가격이 훅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 15알에 6000원~7000원 하던 달걀의 가격이 이제는 8000원~9000원에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우유의 가격도 올랐고 호박의 가격도, 아이스크림 가격도 모두 올랐습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달걀 가격이 올라서 마음이 참 심란하지만 그렇다고 안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꼭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기만 하고 발길을 돌려 계산대를 향합니다.

 

이것이 제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 이유로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구매자들의 수요량이 감소할 것이며 이는 이전 글에서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혹시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증가량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시지요?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글에서 ‘가격탄력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은 수요의 법칙에 따라 어느 재화의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이 얼마나 변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서 가격의 변화에 대하여 수요량이 크게 변하면 탄력적이라 하고, 수요량이 적게 변하면 비탄력적이라 합니다. 해당 재화에 밀접한 대체제가 있으면 그 재화 대신 다른 재화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탄력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버터의 가격이 올랐을 때 마가린으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버터의 수요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으므로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고, 달걀의 경우는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수요량이 민감하게 변하지 않아서 비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재화를 어떤 범위로 정의하는지에 따라 가격탄력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바지는 면바지 등 여러 종류의 바지를 대체제로 가지고 있어서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큰 범주인 ‘옷’으로 보면 옷은 대체제를 찾기 어려워서 비탄력적이 됩니다. 또 필수품의 경우에는 가격의 변화에 수요량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비탄력적이고, 사치품의 경우에는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량도 크게 변할 수 있어서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재화에 대한 탄력성도 변할 수 있으므로 단기간에 대한 것인지 장기간에 대한 것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수요량의 변화율을 가격 변화율로 나누어 구합니다. 빵의 가격이 10% 인상되었을 때 수요량이 20% 감소하게 되면 20% / 10% = 2가 되어 가격 탄력성은 2가 됩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 = 수요량의 변화율(%) / 가격의 변화율(%)

수요의 가격탄력성 〈 1  : 비탄력적

수요의 가격탄력성 = 1  : 단위탄력적

수요의 가격탄력성 〉 1  : 탄력적

 

재화의 가격과 수요량의 변화의 방향이 반대이므로 가격 변화율과 수요량 변화율의 부호는 서로 반대이기 때문에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음수로 표현하기도 하고, 절대적인 크기만 본다는 관점에서 양수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가격변화에 따라 수요량이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므로 수요곡선에서 기울기와 관계가 있습니다. 탄력성이 낮은 경우 수요곡선의 기울기가 급격하게 나타나며 탄력성이 커질수록 곡선은 점점 완만하게 되어 가격이 조금만 변해도 수요량은 매우 큰 폭으로 변하게 됩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

 

위 그래프에 표현된 아이스크림과 빵의 수요곡선에서 가격이 2000원 변할 때 아이스크림 수요량은 200개가 변하고 빵 수요량은 100개가 변하므로 아이스크림의 가격탄력성이 빵의 가격탄력성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격과 수요량이 변화함에 따라 총수입은 얼마나 변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의 크기에 달렸습니다. 수요가 비탄력적인 경우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의 변화는 적은 편이어서 총수입은 증가하게 되고, 수요가 탄력적인 경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수요량이 크게 감소하여 총수입은 감소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재화에 대한 수요곡선에서 같은 크기의 가격의 변화가 언제나 같은 가격탄력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가격대에 따라 가격탄력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급의 가격탄력성

 

 

 

이번에는 재화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공급량이 얼마나 늘어나게 될지 알기 위해 공급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of supply)에 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마찬가지로 가격 변화에 대해 공급량의 변화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탄력적이라고 하고 가격 변화에 대해 공급량의 변화가 미비할 경우 비탄력적이라고 합니다. 

 

공급의 가격탄력성은 공급자들이 생산량을 얼마나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가에 따라 좌우되는데 이때 시간이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이 생산을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공장 규모를 변경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공장 상황에 여유가 있다면 공급량이 가격 변화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공장 상황에 여유가 없다면 공급량을 늘이고 싶어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공장을 새로 건설하거나 공장을 폐쇄할 수도 있고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 기업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공급량이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공급의 가격 탄력성 = 공급량의 변화율(%) / 가격의 변화율(%)

공급의 가격탄력성 〈 1  : 비탄력적

공급의 가격탄력성 = 1  : 단위탄력적

공급의 가격탄력성 〉 1  : 탄력적

 

공급의 가격탄력성은 공급량의 변화율을 가격 변화율로 나누어 구할 수 있습니다. 또 가격 변화에 공급량이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므로 공급곡선의 기울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탄력성이 떨어질수록 기울기가 커져서 공급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며 탄력성이 커질수록 공급곡선이 점점 완만해지고 기울기가 작아집니다.

 

공급의 가격탄력성

 

가격이 2000원 상승할 때 아이스크림 공급량은 200개의 변화가, 빵 공급량은 100개의 변화가 생기므로 아이스크림의 공급 가격탄력성이 빵의 공급 가격탄력성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수요와 공급, 탄력성에 대한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사회의 큰 문제인 불법 마약의 공급과 수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약 중독자들은 그들과 가족의 삶을 망칠 뿐 아니라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나 다른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서 불법 마약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는 매년 큰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에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단속하면 마약 공급이 줄어들게 되고 공급의 법칙에 의해 마약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약은 가격 탄력성이 비탄력적인 재화여서 수요량엔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마약 판매 수입은 증가하며 비싼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일부 전문가들은 마약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약의 공급을 줄이기보다는 마약의 위험에 관한 교육을 통해 마약 수요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마약의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낮아질 것이고 마약 판매 수입과 관련 범죄를 동시에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기간을 길게 잡으면 마약 공급을 억제하는 방법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마약 가격이 상승할 때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별로 줄지 않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결국 마약 중독자와 범죄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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