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의 구분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재화에 대한 배분 상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재화에 가격이 존재하지 않을 때 시장 기능은 그 재화의 적절한 생산량과 소비량이 얼마인지 결정할 수 없는데 이 경우 정부가 이러한 시장 실패를 치유하여 경제적 후생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경제에 존재하는 다양한 재화들에 대해 생각할 때 다음 두 가지 특성을 기준으로 하여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 배재성 :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재화의 소비를 금지할 수 있으면 배제성이 있는 것이고 그 재화의 소비를 금지할 수 없으면 배제성이 없는 것입니다.
- 경합성 : 한 사람이 어떤 재화 한 단위를 소비할 경우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그 재화의 양이 줄어든다면 그 재화는 경합성이 존재하고 줄어들지 않으면 경합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두 특성으로 재화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사적재화는 배제성과 경합성이 모두 있는 재화로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해야만 살 수 있고, 사고 나면 그 재화에서 나오는 편익을 혼자서 누리는 것으로 대부분의 재화가 이에 해당합니다. 공공재는 배제성과 경합성이 모두 없는 재화로 사람들이 그 재화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한 사람의 공공재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는 재화입니다.
공유자원은 소비에 있어서 경합성은 있지만 배제성이 없는 재화이고, 클럽재는 소비에 있어서 경합성은 없지만 배제성은 지닌 재화입니다. 이 네 가지 유형으로 모든 재화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경계가 애매한 경우도 있으며, 이들 중 배제가 불가능하여 무료로 제공될 수밖에 없는 공공재와 공유자원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공공재
불꽃놀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보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누군가가 불꽃놀이를 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불꽃놀이는 배제성과 경합성이 없는 공공재입니다. 만약 이 불꽃놀이를 개최하는데 1000달러의 비용이 들고 불꽃놀이를 통해 마을 주민 500명이 한 사람당 10달러의 효용을 느낀다고 하면, 마을 주민이 느끼는 효용가치의 합 5000달러가 비용 1000달러를 초과하므로 불꽃놀이를 개최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시장을 통해서는 이러한 효율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이를 추진하려는 기업가가 있다면 불꽃놀이 관람권을 판매해서 비용 이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겠지만 사람들은 관람권이 없어도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즉 불꽃놀이는 배제성이 없어서 사람들은 ‘무임승차’ 할 유인이 있습니다. 무임승차자(free rider)란 어떤 재화를 소비하여 이득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런 유형의 시장 실패는 외부효과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데 누군가 불꽃놀이를 개최하면 공짜로 불꽃놀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긍정적 외부효과를 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라 해도 사적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아서, 불꽃놀이 개최 포기라는 기업가에게는 합리적, 사회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결정이 내려지게 됩니다.
주민들의 수요가 있더라도 민간기업의 불꽃놀이 개최가 불가능해진다면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합니다. 주민 1인당 2달러씩 세금을 거둬 그 수입으로 불꽃놀이를 개최할 수 있으며 민간기업이 달성할 수 없던 효율적인 결과가 달성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어느 공공재의 사회적 총이득이 총비용보다 크다는 것을 정부가 확인할 수 있다면, 정부가 세금을 거둬 공공재를 공급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모든 사람의 경제적 후생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공공재의 예로는 국방, 기초과학 연구, 빈곤 구제 정책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공유자원
공유자원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소비에 있어서 경합성이 있습니다. 즉 한 사람이 공유자원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야기하면 이 문제를 공유자원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라는 우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을 사람들이 양을 키워 양털을 팔아 생활하는 중세의 작은 마을 이야기이다. 이 마을에는 주민 모두가 공유하는 초원이 있고 마을 주민 누구나 이곳에서 자신의 양에게 풀을 먹일 수 있었다. 초원의 풀이 풍부할 때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양들이 원하는 만큼 풀을 먹일 수 있어서 소비에 경합성이 없었고 주민들의 공동 소유 제도에도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인구가 증가하고 양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초원의 면적이 제한되어 있는데 양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자 결국 초원은 황무지가 되고 말았고 사람들은 양을 기를 수 없어 이 마을의 양털 산업은 쇠퇴하고 생활 기반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 공유자원의 비극은 외부효과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양 떼가 초원의 풀을 뜯으면 다른 사람의 양 떼가 먹을 풀의 질을 떨어뜨리게 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의 수가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만약 이 비극을 미리 알았더라면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을 주민이 소유할 수 있는 양의 수를 규제했거나, 양의 소유에 세금을 부과해서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거나, 초원에서 풀을 먹일 수 있는 허가권을 경매에 부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마을 주민들이 초원을 분할하여 각자 소유하고 자신의 구역에서만 방목함으로써 과잉 방목을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공유자원의 비극에 대하여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은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재산은 잘 간수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과 공유한 물건보다 자기 물건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공유자원의 예로 깨끗한 공기와 물, 혼잡한 도로, 물고기와 돌고래 같은 야생동물의 보호 문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루었듯이 시장 기능은 환경을 효율적으로 보호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라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교정적 조세나 정부 규제 등으로 해결해야 깨끗한 공기와 물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혼잡하지 않은 도로는 한 사람이 도로를 사용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므로 공공재가 되지만 혼잡하다면 도로 사용에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한 사람이 추가로 도로를 사용하면 그만큼 교통혼잡을 유발하여 다른 사람의 사용을 방해하게 되어 공유자원의 속성을 띠게 되며 이것은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거나 휘발유 가격의 인상 등을 통해 교통 혼잡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고기, 돌고래와 같은 야생동물은 공유자원이지만 사람들은 사적 이익을 쫓기 때문에 내년 혹은 그 이후를 위해 이 동물들을 남겨둘 유인이 없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마을의 공동 초원이 황무지가 된 것처럼 이들 야생동물 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어서 법적으로 다양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시장을 통해 적절하게 공급할 수 없는 재화들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모든 시장 실패 사례에 대하여 잘 고안되고 잘 집행된 정책은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하여 모든 사람의 경제적 후생을 향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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